2017년
그 노래는 틀지 말아 주세요
2017년 4월호


후기 성도의 소리

그 노래는 틀지 말아 주세요

라디오를 듣는 아이들

삽화: 브래들리 에이치 클라크

오래전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우리 가족은 멕시코 베라크루스에 살고 있었다. 매일 아침 세 아이의 등교 준비를 도울 때면 우리는 그 도시에서 제일 인기가 좋던 라디오 방송을 틀어 놓곤 했는데, 그 시간이면 젊은 남자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주 재밌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하루는 귀에 감기는 노래 한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찬찬히 가사를 들어 보니, 드러나게 천박하지는 않더라도 도발적이고도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노래는 들어선 안 돼.” 아이들은 설령 가사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콧노래로 음을 따라 부를 만큼 신경이 가고는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오디오의 소리를 꺼 버리자 아이들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라디오 진행자한테 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는 빼 달라고 해야겠다.” 아이들이 놀라는 것을 보니 더욱 움직일 용기가 솟았다.

아이들도 나도 믿지 못할 행동이었지만, 나는 전화기를 들고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정말로 전화를 받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듣던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에게 아침에 그 시간에는 라디오를 듣는 가족들이 많으니 그 노래를 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그 노래 대신 어떤 곡을 틀면 되겠느냐고 그가 물었다. 진행자의 태도가 매우 정중했기에 나는 그냥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는 그 노래를 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그 통화 내용이 생방송으로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라디오 진행자가 내 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며칠을 지켜보면서 그가 내 부탁을 들어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일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부정적인 영향력에서 자녀를 지켜 내려면, 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일을 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성신은 항상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