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찾아온 기적
글쓴이는 베네수엘라 아라과에 산다.
나는 어렸고, 미숙했으며, 시간도 많지 않았다. 단순한 기도가 정말 기적을 불러올 수 있을까?
나는 열여섯 살 때 전기 분야에서 준학사 학위를 따기 위해 기술 전문 고등학교에 다녔다. 학위를 따기 위한 요건 중 하나로 나는 그 지역의 회사에서 30일간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내 기술을 인정받아야 했다.
나는 종이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당시는 전임 선교사로 봉사하고 싶은 소망이 커지던 때였고, 그곳에서 계속 일을 하면 선교 사업을 나갈 충분한 돈도 모을 수 있었다. 인턴으로 근무하던 사람은 나를 포함해 셋이었는데, 회사에서는 그중 한 명만 정규직으로 뽑게 되어 있었다.
그 회사에는 고장 난 기계가 하나 있었다. 그 기계가 잘 작동했었을 때는 그와 비슷한 기계 세 대 분의 작업량을 수행했다고 한다. 그 기계가 작동을 멈춘 지는 꽤 오래 되었다. 회사에서는 교체 부품을 해외에서 주문하여 수리를 시도했으나 여전히 그 기계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내가 그 기계를 고쳐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몇 날 며칠을 그 기계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 기계는 생각보다 복잡했고, 나 같은 초보자가 30일 안에 그 기계의 문제점을 찾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아침 근무 시간 전에 나는 리아호나 잡지에 실린 기사들을 읽었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내가 일하는 부서의 부장님은 굉장히 경험이 많으신 전기 기술자셨는데, 나는 부장님과 친해지게 되었고, 그분은 회사에 요청하여 내가 그 기계의 설계도를 주말 동안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셨다. 나는 설계도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인턴 기간이 끝나 가면서 내 두 동료들이 자기네가 맡은 프로젝트를 마치는 바람에 나는 더 압박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나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심지어는 험담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새 인턴 기간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이 되었다. 나는 그 기계에서 몇 가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긴 했지만, 그 기계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고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나는 부장님께 토요일에 일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면 월요일에는 기계가 움직이게 해 놓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에 부장님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부장님은 회사 사장님께 직접 연락하셔서 그렇게 해도 괜찮은지 물으셨다. 그런 뒤 부장님은 토요일에 정오까지만 일할 수 있는데, 나와 부장님과 사장님, 이렇게 셋이 함께 출근해서 일할 거라고 알려 주셨다. “그렇게 셋이서요?” 내가 물었다. 부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사장님도 전기 기술자이신데, 그 기계를 고치려고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실패해서 포기하고 있던 참이라 내 제안에 관심을 보이셨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나는 두 분의 상사를 모시고 일해야 했기에 많이 위축되고 겁이 났다. 나는 어리고 미숙한 초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분은 내 보조가 되어 일하겠다고 하셨고, 나는 그 상황이 많이 불편하긴 했지만 동시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몇 분 남겨 두고 있었다. 사장님과 부장님은 노력이 허사였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온 마음을 다해서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그러자 마음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힘이 느껴졌다. 나는 선교 사업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니 그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힘차게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런데 내 두 분의 보조들이 이미 기계 회로 부분을 닫고 연장과 도구를 치워 버린 것이 아닌가. 나는 침착하게 다시 회로를 열고 열다섯 개의 회로 카드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때 4,000개에 달하는 시스템 핀들 중 한 개가 카드에 연결되지 않은 것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그 핀을 연결하고, 다시 제자리에 넣은 뒤, 기계의 전원을 켰다.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기적이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부장님은 나를 껴안아 주셨고, 사장님도 신이 나서 악수를 청하시며 축하해 주셨다.
결국 나는 그 회사에서 2년 가까이 일할 수 있었고, 필요한 선교사 기금을 모았으며, 오래 기다리던 선교 사업을 떠날 수 있었다. 내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를 설명하자,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작별 인사를 건네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선교 사업이란 것을 마치고 돌아오면 일자리 걱정은 하지 말고 꼭 다시 돌아오게. 선교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길 빌겠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하나님께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가 의심하지 않는다면 기적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기적은 신앙의 시련을 겪은 뒤에야 찾아온다. 마지막 순간에라도 말이다. 그렇다. 기적은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