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적 학대에서 치유된 과정
내 삶은 악몽과도 같았다. 그러나 나중에 나는 인생의 가장 암울한 시기에도 내가 구주께 의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끔찍한 악몽이 시작된 것은 내가 겨우 일곱 살였을 때의 일이다. 그때 엄마는 재혼을 하셨고, 우리는 새아빠를 무척 좋아했다. 새아빠는 친절했고, 우리 가족과 잘 어울렸다. 나는 새아빠 곁이 진심으로 안전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른 가족들이 모두 바쁘던 어느 날, 새아빠가 내게 성적인 학대를 가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시에는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무서웠고, 혼란스러웠으며,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 그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너무도 무서웠다. 우리 가족이 새로 찾은 행복을 내가 망쳐 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고, 아무도 나를 믿어 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새아빠의 학대 행위는 그 한 번뿐이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날 괴롭혔다. 결국 누군가가 나의 고통을 꿰뚫어 보고 내 비밀을 파헤쳐 버릴 것 같다는 식의 피해망상 증세가 엄청나게 심해졌다. 나는 새아빠와 좋은 친구와 됨으로써 진실을 감추려고 노력했다. 새아빠는 특히 내게 친절했고, 나는 그런 그가 실제로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엄마가 야간 근무를 시작하시면서, 새아빠는 주기적으로 학대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극도의 무력감이 느껴졌다. 새아빠의 만행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다들 새아빠를 좋아했기 때문에 모두 그의 편을 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밤에 혼자 있을 때면 나는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게 도와 달라고 하나님께 애원했다.
학대를 알리다
어느 날, 마침내 새아빠의 학대가 멈췄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학대는 중단되었으나 더럽고 수치스럽다는 감정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그냥 죽는 게 지금 이 현실보다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많은 날을 고뇌했다. 이 일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진실이 불러올 파장이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당시 열네 살이었던 나는 교회에서 큰 결정을 내리는 것에 관한 공과를 듣게 되었다. 당시 선생님은 우리에게 금식하고 기도해 보라고 권하셨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옳은 일을 할 힘을 주시리라고 약속하시면서. 교회 모임이 끝난 후에도 나는 계속 그 가르침을 곱씹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간구하면 내가 용기를 내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실까?’
다음 날, 나는 엄마에게 학대 문제를 말씀드릴 용기를 얻으려고 금식을 했다. 온종일 엄마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하느라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할 즈음엔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나는 다시금 힘을 달라고 기도했지만, 엄마에게 말씀드릴 준비는 아직 안 된 듯했다.
그날 저녁, 나는 저녁을 만드는 엄마 옆으로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엄마의 두 눈을 바라본 순간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생겼다. 일단 입을 떼고 나니 몇 년 동안 감추어 왔던 모든 비밀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소파에 앉아 함께 펑펑 울었다. 한바탕 울고 난 다음엔 지부 회장님께 연락하고 경찰을 불렀다. 새아빠는 내게 저지른 학대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필요한 보호 조치를 받아 이제 다시는 그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치유에 이르는 길
그러는 동안 내가 겪은 일을 담당자들에게 여러 차례 진술하고 친구들로부터 새아빠가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을 듣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지지가 있기에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다 함께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가훈을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 나아갔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13) 친척들도 우리에게 사랑과 도움을 주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함께 치유되어 갔다.
엄마와 나는 함께 전문 상담을 받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만난 상담사는 내게 꼭 필요한 분이셨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당시 느끼던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나쁜 기억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몸과 마음이 다시 회복된 것을 느끼고 나서야 내가 참 큰 상처를 안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학대 사실을 털어놓기만 하면 곧바로 고통이 사라질 거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치유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할지도) 가늠하지 못했었다.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나는 나의 구주와 하나님 아버지께 의지하며 가장 큰 평안을 찾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분들이 정확하게 알고 계심을 깨닫자 힘과 희망이 샘솟았다. 인생의 가장 암울한 시기에 나는 두 분께 의지했다. 나쁜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려져 갔다. 그리고 나는 진실로 구주의 사랑을 통해 평안을 얻었다.
치유 과정에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내게도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이다. 학대를 당하던 당시에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내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삶이 영원히 망가져 버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고 치유 과정을 거치면서, 내 인생에도 고대할 만한 것들이 생겨났다. 나는 상처받은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교사로 봉사하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간증을 전하면서 나는 더 강해졌다.
새아빠가 내게 저지른 잘못은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지 못한다. 그 사람 때문에 인생이 영원히 바뀌어 버리긴 했으나 나는 내 경험을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힘든 날들이 있지만, 주님께서는 이 모든 일을 겪는 동안 내게 힘을 주셨으며, 나는 그분이 계속 도와주시리라는 것을 안다. 한때 피해자였던 나는 이제 생존자가 되었다.